'롤러코스터' 주식시장의 진짜 원인... 깊은 반성 필요한 정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주식시장에는 환호와 탄식이 엇갈렸다. 코스피지수는 대통령이 취임한 2025년 6월 4일 2770에서 약 1년 만인 2026년 6월 22일 9115까지 세 배 넘게 급등했다. 하지만 그 이후 급락해 7월 5593까지 떨어졌다가 8월 14일 기준 6978까지 회복됐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한국 기업의 주가가 실적에 비해 저평가되는 현상인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부동산시장에 몰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는 '머니무브'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넓히고, 대기업에 집중투표제(주주가 보유 주식 수만큼의 표를 특정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하는 제도)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아 상법을 세 차례 개정했다.
한편 주식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 강화를 철회했고, 고배당 기업의 배당소득에 분리과세(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별도 세율을 매기는 방식)를 도입했다. 주식 등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에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도 철회했다. 코스피지수만 보면 취임 때보다 크게 올랐으니, 정부의 노력은 과연 성공한 것일까.
롤러코스터 주식시장, 역대급 변동성과 쏠림
정부의 정책이 미친 영향도 있지만, 증시 급등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기업의 실적 개선이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 호황을 배경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예컨대 SK하이닉스는 2025년 영업이익이 약 47조 원이었는데, 2026년에는 증권사별 전망치에 따라 170조 원에서 300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6월 말 이후 하락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6월 대통령 취임 때에 비해 10배 넘게 오른 상태다.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기기, 방산, 화장품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수출 증가를 통해 이익을 벌어들였다. 코스피 상장기업 전체의 영업이익은 2025년 약 245조 원에서 2026년에는 8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6월 말 이후 한국 증시는 급변했다. 코스피·코스닥 양대 지수는 7월 말까지 급락했고, 하루하루의 변동성이 매우 커져 투자자들은 울퉁불퉁한 롤러코스터를 타는 형국이었다. 코스피지수는 고점 대비 7월 30일 저점까지 39%나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4월 말 고점을 찍은 후 7월 말 저점까지 무려 47%나 폭락했다. 이런 단기 폭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심하다. 특히 6월 이후 주식시장은 변동성과 쏠림이 매우 심해져 큰 우려를 낳았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 출시가 키운 불안정성
문제는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 데다, 반도체 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유독 컸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이 상품이 도입될 때부터 시장 변동성을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6월 이후 증시가 급변동할 때 발동되는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제도)와 서킷브레이커(주가가 일정 폭 이상 급락할 때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제도) 발동이 크게 늘었다. 주가가 8% 이상 폭락할 때 발동되는 서킷브레이커는 2000년 이후 코스피에서 총 15차례 발동됐는데, 이 가운데 6회가 지난 5월 27일 이후 집중됐다.
한국 주식시장은 비트코인 시장보다도 변동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고, 해외 언론도 한국 증시가 도박장처럼 변해 투자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렇듯 주가의 오르내림이 반복되면 2배 레버리지 ETF는 이른바 '변동성 끌림'(volatility decay) 효과로 수익률이 하락하기 때문에, 이 상품에 투자한 이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이 ETF 상품의 출시 이후 주식시장의 쏠림 현상도 크게 심해졌다. 7월 들어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 상품의 하루 거래대금이 평균 약 13조 원이나 됐는데, 연초부터 5월 말까지 약 15조 원이던 코스닥시장 전체 하루 거래대금은 7월 들어 약 6조 원대로 급락했다. 6월 이후 코스닥 주가는 크게 하락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우량 기업조차 주가가 반토막 난 경우가 많았다.
'코스닥 3000시대'를 이야기하던 일부 정치권의 말을 믿었던 개미투자자들에게는 날벼락이었다. 비판이 높아지자 정부는 뒤늦게 7월 31일부터 예탁금(레버리지 ETF 등 위험 상품을 거래하려면 증권사에 미리 맡겨야 하는 최소 금액)을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올리고, 매매수량 단위를 확대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이런 규제 도입과 반도체 기업 주가 급락이 겹치면서 8월 들어 이 상품의 거래액은 크게 줄었고,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변동성 기대치를 지수화한 것으로 흔히 '공포지수'라 불린다)도 크게 내려갔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홍콩 증시에 상장된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가 자금 유출과 환율 상승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청와대의 주도로 정부가 이 상품을 서둘러 국내 증시에 도입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금융당국 실무자들이 우려를 표명했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6월 22일에 "그때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며 후회했다고 한다. 정부는 이 상품이 부분적으로 상반기 개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투자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지만, 그 효과도 의문스럽다. 결국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는 증시의 과도한 변동성과 쏠림, 그리고 투자자들의 손실이라는 부작용만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깊은 반성이 요구된다.
국민연금과 환율 상승, 그리고 주식시장 과열
6월 이후 주가 급락과 변동성 심화가 나타나기 전에도, 주식시장 급등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이 있었다. 상반기에는 주가 급등과 함께 환율이 크게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한국은행 매매기준율 기준으로 2026년 1월 2일 달러당 1435원에서 7월 1일 1548원까지 높아졌다. 특히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191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로 늘었는데도 환율이 상승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지적했듯이 원화 가치 하락의 한 원인은 이른바 '디램(D램)달러' 현상이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증가로 달러를 많이 벌었지만, 해외 투자 가능성과 환율 변화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았던 것이다. 시중은행에 예치된 기업의 달러예금이 크게 늘었고, 정부가 환전을 유도하려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그러나 당시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고 떠나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투자자금이 1월부터 6월까지 약 1100억 달러 순유출됐다. 이는 한국 주식시장의 폭등에 따른 리밸런싱(자산 배분 비중을 원래 목표대로 재조정하는 것) 때문이었다.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은 보통 전체 자산에서 MSCI 지수(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산출하는 국제 주가지수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자산 배분의 기준으로 삼는다)에 기초한 비중에 따라 각국 주식을 나눠 보유한다. 그런데 코스피가 급등하자 한국 주식 평가액이 목표 비중보다 훨씬 커졌고, 이를 낮추기 위해 한국 주식을 팔았다. 그 과정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며 원/달러 환율이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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